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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의 끈질긴 '세월호 과학', 국제 여객선 안전기준 바꾼다 본문
[토요판] 커버스토리
세월호가 바꾸는 국제 해사 기준
영국 왕립조선학회 주최 국제회의
네덜란드 연구소 마린, 논문 발표
'세월호 전복·침수' 여객 안전 내용
국제 해사 기준 바꾸는 계기 기대
세월호 선조위 용역으로 연구 시작
모형 시뮬레이션해 사고 원인 분석
수백쪽짜리 보고서 여러 권 제출
자체 예산으로 9974번 모형배 제작
사진 위쪽은 세월호가 기울어진 모습, 아래는 마린이 제작한 9929번 세월호 모형으로 길이 573㎝, 너비 87㎝. 세월호 특조위, 마린 제공
다시 4월16일이 다가온다. 2014년 4월16일 진도 인근 해상에서 세월호가 침몰해 304명 안타까운 목숨이 희생된 날이다. 6년의 세월이 흘러도 그날의 진실을 찾는 작업은 현재형이다. 그날의 교훈을 세상을 바꾸는 계기로 만드는 노력도 국내외에서 계속된다. 네덜란드 해양연구소 마린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가 맡긴 전복·침몰 과정 연구를 통해 세월호와 인연을 맺었다. 2018년 마린은 세월호를 축소한 모형배로 사고를 모의실험했다. 그 결과는 선조위 보고서에 반영됐다. 선조위는 활동을 마쳤지만, 마린은 새 여객선 모형을 자체 제작해 ‘세월호 참사’를 ‘횡경사 공식’, 나아가 ‘여객선 안전 규정’을 바꾸는 연구로 발전시켰다. 잔잔한 바다에서 세월호는 왜 넘어졌을까. 그 의문을 밀어붙인 마린은 연구를 집약한 ‘세월호의 전복과 침수’ 논문 등을 최근 국제학회에서 발표하고, 국제 해사기준을 바꾸는 작업을 시작했다. “더 안전한 배를 만들려 애쓰지 않으면 세월호 참사를 헛되게 만드는 것”이라고 그들은 다짐한다. 전치형 카이스트 교수가 마린의 연구를 소개한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지난 3월 초 네덜란드 바헤닝언시에 있는 해양연구소 마린(MARIN)의 연구진이 그리스 아테네행 비행기에 올랐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럽 각국에도 퍼지기 시작했지만 아직 국가 간 이동을 막진 않을 때였다. 이들은 그리스 출장 취소 여부를 두고 며칠 상황을 지켜보다가 계획대로 움직이기로 결정했다. 3월4일 아테네 근처의 ‘그리스 요트 클럽’에서 영국 왕립조선학회가 주최하는 여객선 안전 분야 국제학회가 열릴 예정이었다. 마린은 이 학회에 두 편의 논문을 제출했다. 각각 ‘선회 중 횡경사 각도와 승객 안전’, ‘세월호의 전복과 침수’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제출 논문, 학회 현장 발표 자료와 녹음파일, 이메일 인터뷰 등을 통해 마린의 연구활동을 복기해보았다. 마린과 세월호 3월4일 학회 오전 세션에서 ‘선회 중 횡경사 각도와 승객 안전’이라는 논문을 발표한 사람은 마린에서 여객선 조종 연구와 모형시험을 맡고 있는 선임 프로젝트 매니저 빅토르 페라리였다. 그는 2014년 4월16일 세월호가 옆으로 기운 사진을 보여주는 것으로 발표를 시작했다. 횡경사, 즉 선박이 왼쪽 또는 오른쪽 측면으로 기우는 것이 배에 탄 승객의 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이보다 더 잘 보여주는 이미지는 없을 것이다. 사진은 이 추상적인 제목의 과학 연구가 다름 아닌 세월호의 침몰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었다. 페라리의 다음 슬라이드는 실제 세월호가 아니라 마린이 제작한 노란색 세월호 모형이 대형 수조 안에서 좌현(배 뒤쪽에서 뱃머리를 향해 섰을 때 왼쪽 뱃전)으로 기울어진 사진을 담고 있었다. 페라리는 사진 옆에 모형시험 조건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붙였다. “바람 없음. 파도 없음. 조류 없음. (선체) 손상 없음. 선회만 있음.” 즉 세월호 모형시험 결과에서 마린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잔잔한 바다에서 항해하던 배가 외부 충격이 없는 상태에서 선회하다가 크게 기울었고 결국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는 사실이었다. 학회가 끝나고 한 이메일 인터뷰에서 페라리는 “세월호 사고는 선회 중 횡경사가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우리는 그런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고 느꼈다.” 페라리와 마린은 왜 세월호를 국제 여객선 안전 연구의 출발점으로 삼게 되었을까. 마린과 세월호의 인연은 2018년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린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의 주요 용역 기관으로서 2018년 상반기에 세월호의 전복, 침몰 과정을 밝히기 위한 모형시험과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 당시 선조위 위원장, 소위원장, 위원 및 조사관 여러 명이 마린을 방문해서 모형시험을 진행하거나 참관했다. 세월호 가족 대표들도 시험 과정에 함께했다. 여러 신문사와 방송사에서 취재진을 파견해서 마린의 모형시험 장면을 찍고 인터뷰를 내보냈다. 그만큼 기대가 컸던 모형시험이었다. 마린은 2018년 4월과 7월에 수백쪽짜리 보고서 여러 권을 선조위에 제출했다. 당시 마린이 실시한 세월호 모형시험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세월호가 빠르게 선회하면서 45도까지 기운 과정에 대한 분석이고, 다른 하나는 기울어진 세월호에 물이 들어가서 100분 만에 침몰하는 과정에 대한 분석이다. 마린은 선회 및 횡경사 분석과 침수 및 침몰 분석을 위해 세월호를 각각 25분의 1과 30분의 1로 축소한 9929번 모형과 9930번 모형을 제작했다(마린은 모형 제작 순서대로 일련번호를 붙인다). 9929번 모형에는 배의 전체적인 움직임을 측정하고 화물 이동을 구현할 수 있는 장치를 달았고, 9930번 모형은 침수 경로 분석을 위해 객실과 화물칸 등 세월호 내부 구조를 정확하게 재현했다.
출처 : 한겨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