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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품은 ‘카페 건축’ 경연장…스타 건축가도 속속 ‘참전’ 본문
기장 해안길에 카페 건축 붐을 일으킨 데는 카페 ‘로쏘’(Rosso·기장군 죽성리)와 ‘웨이브온’(Wave On·기장군 월내리)의 역할이 컸다. 먼저 지렛대 역할을 한 것은 엘 올리브(부산 수영구 망미동) 등 맛집 디자인으로 유명한 PDM 파트너스(대표 고성호)에서 설계·디자인한 로쏘였다. 2013년 이곳에 자리 잡으면서 손님을 모으자, 해안길을 따라 소위 ‘예쁜 건물’을 지향하는 카페가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기장 해안길을 따라 다방 스타일의 커피숍이 많았다.
근래 로쏘 인근에는 경기도 마인드 건축사사무소에서 설계한 카페 ‘메르데쿠르’(Merdecour·기장군 죽성리)가 성업 중이다. 하지만, 로쏘는 여전히 해안선을 따라 낮은 채로 펼쳐진 건물, ‘3채 같은 1채’라는 독특한 공간이 기암괴석의 바다 풍경과 어우러져 절제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촉매제 역할은 장동건·고소영 부부의 주택을 설계한 서울의 곽희수(이뎀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가가 웨이브온을 설계, 수많은 사람을 끌어모으면서부터다. 웨이브온은 2016년 12월 문을 열었다. 거대한 노출 콘크리트 덩어리 두 개를 엇갈려 올려놓은 게 흡사 거대한 맷돌처럼 보이는 이 카페는 해암(海巖)과 절벽, 그리고 소나무 숲이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움을 극대화한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건물의 아름다움에 한 번, 바다 풍경에 또 한 번 취한다. 어쩌면 커피 향은 덤이다. 취재에 동행했던 건축사사무소 아체 ANP 강기표 건축가는 “밖에서는 마치 2층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3층에, 360도에 가깝게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는 구조. 바다의 풍경을 다양한 각도에서 포착하도록 한 게 이 건물의 포인트다”고 설명했다. 이런 건물의 독특함이 사람의 발길을 불러 모았다. 여기에 2018년 한국 건축문화대상 민간부문 본상도 받았다. 건축주 허장수(67) 씨는 “지금도 이곳을 찾는 사람의 발길은 이어지고 있지만, 코로나19 이전에는 하루 3000명, 연간 90만 명이 찾았고, 이중 해외관광객이 40%를 차지했을 정도였다”고 소개했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한국의 아름다운 건축물 가이드북’을 발간하면서 국내 건축물 56곳을 소개했는데, 웨이브온은 누리마루, 영화의전당과 함께 부산지역 아름다운 건축물로 선정됐다. 이렇다 보니 국내외서 찾아오는 관광객은 물론, 건축 학도나 건축가에게도 꼭 한 번은 들리는 곳이 됐다. 디자인이 사람을 모을 수 있고, 상업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공간이 사람을 불러 모았다.
출처: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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