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은 공간에서 나온다
뉴욕 맨해튼 소호에 자리 잡은 프라다 에픽센터. 건축가 렘 콜하스 작품이다. [김주연 교수]
고객은 이미지를 통해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 감각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감지한다. 상품 자체부터 로고, 패키지, 디스플레이, 매장, 광고, 판매원 태도 등 서비스 영역까지 비즈니스와 관계된 모든 항목에서 긍정적 인상을 구축할 때 브랜드는 성공한다. 고객에게 비즈니스 정체성에 대한 이미지를 심는 과정이 브랜딩이다. 인상의 기술, 그 중심에 공간이 있다. 사람들은 볼만한 가치가 있고 경험할 가치가 있는 공간에만 방문한다. 공간 콘텐츠의 소비, 경험 속에서 인지된 가치와 매력이 방문자의 무의식에 비즈니스의 가치로 저장되고, 향후 구매 행동에 장기적 영향을 미친다.
생각하기 전에 느끼게 하라
인간은 감지하고-느끼고-생각하고-행동한다. 사람들은 생각하고-행동하기 전 먼저 감지하고-느낀다. 생각하고-행동한다는 것이 인간의 이성적 활동이라면 감지하고-느끼는 것은 감각적 활동이다. 고객은 구체적인 경험에 많은 감각이 동원되기를 바란다.
공간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끊임없이 접하는 예술 형태다. 사람들은 공간 인상을 통해 환상과 도피, 품위, 신비감을 느낀다. 효율성과 상대적인 매력으로 차별화했던 방식은 이제 충분하지 않다. 총체적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공간을 구축하고 운영해야 한다. 건물, 조경, 사무실, 공장, 플래그십 스토어, 로드숍, 팝업 스토어, 전시장, 디스플레이 등 브랜드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모든 공간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단순히 멋진 공간이 아니라 고객의 경험을 만들 수 있는 곳으로, 고객이 기쁨을 넘어 의미, 가치를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세계 각국 애플스토어를 방문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감동하는,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가 투명 유리 계단이다. 초현실적 유리 계단은 그 단순한 인상 하나로 극명하게 애플의 첨단 기술력과 미래 지향성을 느끼게 한다. 우리는 매우 복잡할 수 있는 것이 아주 단순하게 표현되었을 때 감탄한다. 거기에 엄청난 노력이 들어갔음을 직관적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2000년 프라다는 파산에 직면했다. 창업주 손녀이자 수석 디자이너 미우치아 프라다는 브랜드의 사활을 공간에 걸었다. 브랜드가 대중에게 새롭게 다가가는 방식을 수립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온라인 쇼핑이 확산되며 오프라인 매장의 위상이 사라져 가는 시기에 공간의 지향성을 고민했다. 박물관, 도서관, 공항, 병원 및 학교가 점점 쇼핑센터와 구분되지 않는 상황에서 상업 공간은 더 이상 구체적인 목적을 성취하는 수단으로 존재하기 어려웠다.
출처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