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평 대지 위 5층 건물이 사랑받는 이유…‘틈새건축’의 새 실험
[한겨레] [커버스토리]서울시 건축상 ‘틈새건축’ 부문 신설…브릭웰·중림창고·세로로 등 수상
상생·소통·친환경 등 점점 참신해지는 국내 건축 경향 그대로 반영
왼쪽부터 협소주택 ‘세로로’(Seroro), 통의동 문화공간 ‘브릭웰’(Brickwell), 복합문화공간 중림창고.
서울 종로구 창신동. 지난해 3월 이곳 33㎡(10평) 땅에 눈길을 끄는 5층 흰색 건물이 들어섰다. 건축가 최민욱씨가 아내 정아영씨를 위해 지은 협소주택 ‘세로로’(Seroro)다.
이 협소주택은 설립 당시 크기와 비용 측면에서 화제가 됐다. 원래 지붕이 무너진 폐가가 있던 곳이어서 선뜻 나서는 매입자가 없었다고 한다.
복잡한 건축법규를 적용하고 나면 실거주 공간 최대치가 약 16.5㎡(5평)인 작은 땅이었기 때문이다. 보통은 신축이 어렵다고 보는 편이지만 최씨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방치된 땅이어서 가격이 저렴한 편이었다. 한양도성을 바로 옆에 둔 매력적인 땅을 평당 1천만원에 살 수 있었다”며 “덕분에 건축비를 절약해 약 3억원에 협소주택을 지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 결과 1층 주차장, 2층 서재 겸 작업실, 3층 주방과 거실, 4층은 침실, 5층은 옷방과 욕실로 구성된 총 20평짜리 집으로 재탄생했다.
아파트처럼 가로로 살던 방식을 세로로 바꿔 사는 것에 어려움은 없을까. 최씨는 “아내와 고민하며 동선에 맞게 층마다 용도를 정했다. 낮에는 거실과 주방이 있는 2~3층을 사용하고 저녁에는 침실과 욕실이 있는 4~5층을 사용하는 식”이라며 “엘리베이터 없는 5층 집이지만 별다른 불편함 없이 수직의 삶을 즐기며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두 개 면으로 나 있는 창문을 통해 집 근처 한양도성의 나무와 마을 정경이 한눈에 들어와 좁은 집에서 느끼는 공간적 답답함도 해소된다.
협소주택의 가능성을 보여준 ‘세로로’를 환영한 건 비단 이들 부부뿐만이 아니다. 동네 어귀에 있던 1930년대에 지어진 폐가가 근사한 주택으로 변하자 동네 사람들도 반겼다고 한다. 못 쓰는 땅인 줄 알았던 한 자투리 공간이 일으킨 긍정적인 변화다. 그 결과 ‘세로로’는 ‘2020 서울시 건축상’ 틈새건축 부문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틈새건축’(Architecture in Between)은 ‘세로로’의 사례처럼 기존에 잘 다루지 않았던 틈새, 자투리 공간을 새롭게 활용하는 건축을 뜻한다. 서울시는 틈새건축을 주제로 한 ‘2020 서울건축문화제’를 16일부터 31일까지 진행한다. ‘랜드마크’(대표적인 상징물) 건축뿐만 아니라 서울시민 삶의 방식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주거, 공간 등 다양한 분야에 주목하겠다는 의도에서다.
지난 5월 공모를 시작한 ‘2020 서울시 건축상’의 시상식은 16일 서울건축문화제 개막행사에서 열린다. 김성보 주택건축본부장은 “특히 올해는 서울건축문화제 주제인 ‘틈새건축’ 부문의 신설로 도시 서울과 서울시민 삶의 모습을 담은 다양하고 재미있는 건축 문화를 나누고자 했다”며 “‘서울시 건축상’이 시민 일상에 건축 문화가 더욱 가까이 다가가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출처 : 한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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