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목숨 구하려고 119 불렀더니 폭행한 호반건설
임원 “지정병원 두고 신고 왜” 폭언도
산재 보험료 인상·이미지 실추만 우려
“생명권 경시·직장 갑질 일상화” 분통
지난달 초 심정지 노동자를 발견, 즉각 119에 신고 조치한 안전관리자를 현장 임원이 폭행하는 사태가 발생한 경기도 하남의 호반베르디움 아파트 공사 현장.특별취재팀 hobanjebo@seoul.co.kr
섭씨 30도가 넘는 폭염 속에서 일하던 동료 직원이 심정지 상태로 쓰러지자 즉각 119에 신고한 직원을 현장의 호반건설 간부가 칭찬은커녕 폭언과 함께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노동자의 생명권 등 인권을 경시하는 풍조가 호반건설 현장에 만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노동계는 119에 신고하면 산업재해 발생 사실이 확인돼 산재 보험료가 인상되고 대외적으로 회사 이미지가 실추될 것을 우려해 호반건설 현장에서 이 같은 일이 일상화돼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4일 안전보건공단과 경기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일용직 노동자 A씨는 지난달 3일 오전 경기 하남시 현안2지구 ‘하남 호반베르디움 에듀파크’ 공사 현장에서 열사병으로 쓰러졌다. 이날 하남시의 낮 최고 기온은 35.6도로 올해 가장 더운 날 중 하루였다.
A씨는 심정지 증상을 보이는 등 생명이 위독했다. 이에 현장의 안전관리자 역할을 맡던 직원 B씨는 급히 119에 신고하는 등 긴급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현장 책임자인 C(57) 상무는 B씨를 불러 “지정병원이 있는데 왜 119를 부르냐”고 심하게 꾸짖으며 폭언과 함께 폭행했다. 회사 측은 A씨를 119구급차 대신 사설 차량을 이용해 지정병원으로 이송했다.
사고 이후 호반건설 측의 대응도 직원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회사는 인사위원회를 열어 지난달 13일자로 C 상무에게 경징계(감봉 3개월) 조치를 한 뒤 여전히 사고 현장 책임을 맡기고 있다. B씨는 다른 사업장으로 인사발령됐다. 직원들은 “폭행해도 감봉 3개월 경징계만 내리는 게 관례가 된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번 사건과 관련, “노동자가 쓰러진 이후 사업주의 안전조치 미흡 등 사업주 과실 여부가 중요하다”면서 “3일 이상 휴업이 필요한 산재인데도 산재조사표를 작성하지 않았다면 산재 미보고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출처 : 서울신문